우린 셋 다 냄새나는 호구남정네들입니다.
공모전을 진행하다가, 사회봉사에 관련된 미션을 받고
봉사활동거리를 찾았습니다.
그래요,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한 마음 비슷한 느낌이었던 거 같습니다.
우리가 그래서 맡게 된 건,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베이비시터였습니다.
화창한 일요일, 경희대에서 열리는 다문화 축제를 준비하는 다문화가정 어머님들을 대신해,
우리가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었습니다.
뻘쭘뻘쭘한 우리들과 다문화도서관지기님
-님들이 오늘 짐좀 날라주세염 ㅋ
-우오오오옹?!
처음 주어진 임무는, 다문화축제 준비에 필요한 물품들을 트럭에 싣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전통 의상들도 잔뜩 있었습니다.
사진은, 방글라데시 여자의상을 몹시 탐내는 호구 1.
곧이어 트럭이 오고,
짐을 싣었습니다.
아아...
마치 군 시절, 4/5톤 트럭에
부식수령을 테트리스 하던 추억이 돋는 순간이었습니다.
아
아찔하군
트럭 옮기기를 끝낸 우리는 , 아침부터 기운이 빠졌습니다.
친구 호구가 갑자기 길바닥에 벌렁 드러누웠습니다.
벌러덩
이 정신병자 같은 사람은
다름아닌 호구
참고로 우리친구들 패밀리네임은 호구와트입니다.
누가 호구 아니랄까봐 티셔츠까지 맞춰 제작했어요.
호구 같은 놈들..
현재 시간은 여덟시 사십분 쯤.
아홉시 쯤 부터, 돌보아야 할 아이들이 온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는 천천히, 다문화도서관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곳곳에서,
아이들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솔직히 전 조금 불안했습니다.
다문화가정2세 아이들을 직접 접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애들과 친해져아 하는지 방법도 잘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오면, 그냥 적당히 다치지 않게 놀아주고,
디비디 같은걸 틀어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조금 기다리니까, 어떤 여성분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 여성분은 일본어로 말했습니다.
'와따시 모 이꾸까라 코코데 쟌또 맛떼네.'
두명의 아이들은 조금은 경계하는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연이와 정이.
초등학교2학년, 5학년
여성분은 가고,
텅 빈도서관에는
'봉사활동가' 라는 이름의 24살 먹은 청년들과
작은 어린아이 두 명만 남았습니다.
나는 긴장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를 경계하며,
구석진 곳에서 둘이 붙어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는 우리는,
의자에 앉아 핸드폰만 만지작거렸습니다.
구석에 있던 아이들은 이내
다른 방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잠구었습니다.
원래는 문을 잠구게 두면 안 되기 때문에,
나는 아이들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지?
엄하게 말하면 아이들은 분명 겁 먹을것만 같았습니다.
'아이랑 친해지는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이래가지고 무슨 봉사활동을 한다고...'
아, 마음이 왠지 뒤숭숭해지기 시작합니다.
나는 일단 잠긴 문으로 다가갔습니다.
사실 이래뵈도 정신연령 낮기로 유명한 남자.
초등학교 이학년의 정신 연령 정도는 얼마든지 맞추어 주겟다아아!!!
'
까꿍
열어줭 열어줭
카메라로 찍으려하니 웃으며 도망가는 연이. 그 뒤에는 시크하게 책을 읽는 정이.
크왕ㅇㅇ앙아앙!!
괴물 흉내를 내 주니까 금새 빠져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무언의 손짓이나 표정으로도 대화하는구나..
고맙게도 우리를 완전 괴물취급 해 준 덕에
그렇게 마음의 벽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했습니다.
예끼 잡앗당 요놈!
그와중에도 뒤에서 시크하게 책 읽는 정이
우왕ㅇㅇ아오ㅗ앙ㅇ아
괴물이당ㅇㅎㅇ항ㅇ앙ㅇ아!!
-후후후 그래 나는 괴물이다 크워어어엉 크웡엉어
크웡어........난 괴물이다! 괴물!....괴물이..다.......
주륵
난..괴물인걸까..
호구1과 연이가 끈적한 몸의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저는 홀로 책을 읽고 있는 정이에게 다가갔습니다.
-이거, 사탕인데 먹어.
선물로 준 사탕을 정이는 시크하게 받았습니다.
-일본어 잘 해?
정이가 끄덕입니다.
-나 일본어 조금 배웠는데~
'와따시와 호구 데스. 맞아? 이거?
정이가 또 끄덕입니다.
-나 일본어 조금만 가르쳐주라~
일본어로 말 해보면 안돼?
-싫어요.
정이가 딱 잘라 말했습니다.
내가 말 실수를 한 걸까, 조금 미안했습니다.
우리는 이내 조용히 서로 앉아 있다가
우연히 집은 '세계의 딱정벌레'책을 통해
'장수풍뎅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렸을때부터 야생 장수풍뎅이 잡는게 꿈이었다고 말하니까
정이는 일본에 있을 때, 한번 잡아봤다고 ,아주 큰 녀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니, 도서관을 찾아온 손님이 또 있었습니다.
앗. 이 녀석은
새로운 호구가 나타났다!!
이 멍청한 녀석은 오늘 전역한 제 친구인데,
우리가 여기서 베이비시터하게 되었다고 하니
집에도 안 들르고 이쪽으로 왓습니다.
정말 굉장한 호구입니다.
군인모자를 쓰고 신난 연이
아오 정말 활동적이구나 너
다같이 영화시청
'카'를 봤는데
내 나이 향년 24세에 이렇게 영화를 집중하고 본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저기 자세히보면 애들 뒤쪽으로 널부러져 있는 나.
최종 결말이 어떻게 날 것인지 아이들과 진지한 토론을 벌였음.
점심시간이 찾아오고,
돌봐야 할 아이들도 늘어납니다.
우리들은 슈퍼에서 사 온 재료들로 주먹밥 만들기를 개시!
각자 그릇에 옮겨담고
난 해물주먹밥이닷!
그리고 맛있게 주먺주먹!
사진의 예쁜 아이는 우혜인데,
다른 개구장이 친구들과는 달리 너무 착하게 우리 말을 잘 따라줘서 고마웠습니다.
밥을 돌아다니면서 먹는 아이들에게
'앉아서 먹어!' 라고 타일렀을 때는
엄마스멜이..!
지못미 정이
해물을 싫어하는 정이는 김치주먹밥이다!!
순식간에 해치운 우리들.
찍지마! 찍지마아!
얍!
빅파이지롱!
나를 '똥개아저씨' 라 부르면서 유릿했던 효준이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합니다.
체력이 넘쳐나는 아이들인지라
이내 바깥으로 나가자고 조르기 시작.
손에 손잡고 나와서 아이스크림 구매!
어린아이들이라 그런지 쭈쭈바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껍질을 벗겨보더니
'으악 이거 알맹이는 엄청 조금이에요!'
라고 경악을 하는 아이들.
이거봐 니께 더 많아 으아아!!!!
다 먹더니 파워에이드를 담기 시작.
얼려먹는다고 냉동실에 넣어놓았습니다.
귀여운 녀석들..
그림그리기 시간!무엇을 그리는가 했더니.. 정이는 총을 그리고 있었다.
난데없이 과자를 듣어먹기 시작한 우리.
내가 왕년에 그림으 좀 그렸엇지 음하하하
-선생님 저 그려주세요!
라고 외치던 우혜.
나름 정성들여서 그림을 그려줬더니
-이게 나에요? 으에에에 구려요..
라고 말해서 상처받았습니다.
그림그리기가 끝나고
기운넘치는 아이들을 팔라독으로 봉인해놓은뒤
뒷정리를 시작햇습니다.
욘석들 밥풀데기를 이렇게나 흘려놓다니 헛헛헛
어느덧 오후 3시가 되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을 데리고 다문화축제장으로 데려갈 시간이 된 것입니다.
아이들이 다치면 안 되기 때문에 손을 꼭 잡고,
다같이
화창한 주말,
나들이!
축구를 하고파 몸이 근질근질한듯
경희대 도착!
조심조심해 차가 많으니까-!
발자국 길이다!
다양한 나라 말로 축제를 알리는 글이 이어져 있엇습니다.
징이는 일본어로 쓰인 글을 보고
-앗 엄마가 쓴 글이에요! 라고 외쳤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축제장의 앞,
다문화의 사람들이 하나가되어 춤추고,
노래하는 화합의 장!
이제 정들 아이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쉬워진 우리는,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얘들아 어서 이쪽으로 와아앗!
-아 왠지 부끄러워요!
다함께 춤을!!
야호!!!!!!
그렇게 아이들은 부모님 품으로 돌아갔고,
우리들의 봉사활동도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미안할 정도로 봉사활동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냥, 우리는 아이들과 같이 하루종일 놀았던 것 뿐이었습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보통 아이들과 똑같이 밝고 해맑은 ,개구장이들이었고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이거 봉사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거야..?
그러다 문득, 내가 알던 봉사활동이란 사실 진짜는 이런게 아니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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